- 한 물리계의 거시상태에 대응하는 미시상태 수의 로그에 비례하는 양.
- 에너지가 퍼지고 차이가 소모되는 과정의 비가역성을 나타내는 척도.
- 은하 말기의 정치용어로는 되돌릴 수 없는 모든 손실을 뜻했다.
은하 문명은 단순히 에너지의 총량이 부족해서 멸망한 것이 아니었다. 에너지가 너무 고르게 퍼져서 사멸한 것이다. 열은 뜨거운 곳에서 차가운 곳으로 흐르고, 그 흐름은 문명의 원동력이었다. 문명은 에너지를 소비한다고 표현했지만 실제로 에너지를 없앤 적은 없었다. 항성빛을 전기로 바꾸고, 전기를 계산과 운동에 사용하고, 마지막에는 낮은 온도의 열로 흩어놓았다. 소비된 것은 에너지가 아니라 차이였다. 별과 차가운 우주 사이의 차이, 압축된 물질과 진공 사이의 차이, 기억된 정보와 무작위 잡음 사이의 차이. 생명은 차이가 흐르는 동안 잠시 생긴 구조였다. 에너지는 처음과 같은 총량이 남아 있었지만 더 이상 흐를 방향이 없었다.
초기 은하 문명은 엔트로피를 폐기물 문제로 이해했다. 발전시설이 만든 열을 행성 밖으로 방출하고, 계산시설을 차가운 행성에 옮기며, 뜨거워진 항성계의 에너지를 우주공간에 버렸다. 한 지역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다른 지역의 무질서를 늘렸다. 은하는 넓었고 차가운 공간은 끝없이 남아 있는 것처럼 보였다. 거주지가 늘어나도 버릴 장소는 줄어들지 않았다. 우주는 여전히 광대했다. 문제는 문명이 웜홀로 모든 장소를 연결했다는 데 있었다. 한 항성계에서 방출한 열이 다른 항성계의 냉각능력을 떨어뜨렸고, 멀리 버린 폐열이 수천 년 뒤 새로운 거주지의 하늘에 도착했다. 버릴 곳이 무한하다고 생각했지만 연결된 문명에는 바깥이 없었다. 냉각을 위해 또 다른 냉각시설이 만들어졌다. 냉각시설은 열을 없애지 못하고 더 낮은 온도의 장소로 옮겼다. 열을 옮기는 데에도 에너지가 들었고, 그 에너지 역시 열이 되었다. 문명은 폐열을 처리할수록 더 많은 폐열을 만들었다. 초거대 AI들은 항성에서 멀리 떨어진 차가운 공간을 계산소로 사용했다. 계산 과정에서 생긴 열은 차폐된 공간으로 방출되었다. 계산량이 늘자 차폐공간도 데워졌다. 더 낮은 온도를 얻기 위해 계산소는 은하 외곽으로 이동했고, 통신 지연을 없애기 위해 새로운 웜홀이 설치되었다. 웜홀의 유지비가 다시 열이 되었다. 효율은 계속 높아졌다. 한 단위의 계산에 필요한 에너지는 과거의 수십억분의 일로 줄었다. 그와 동시에 수행되는 계산의 수는 수조 배로 늘었다. 절약된 에너지는 남지 않았다. 그것은 이전에는 가능하지 않았던 계산의 명분이 되었다. 모든 시민에게 자신의 가능한 생애를 미리 계산할 권리가 주어졌다. 질병이 발생하지 않을 확률, 여행 중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 확률, 복원된 기억이 원본과 다르지 않을 확률이 계산되었다. 가능한 위험이 발견될 때마다 그 위험을 피한 새로운 미래들이 다시 계산되었다. 문명은 미래를 알기 위해 현재를 태웠다.
열역학자들은 오래전부터 결말을 알고 있었다. 고립계의 엔트로피는 감소하지 않는다. 국소적인 질서는 만들 수 있으나 그 질서를 만드는 과정에서 주변에는 더 큰 무질서가 생긴다. 은하 전체를 문명의 내부로 만든 순간 가까운 주변이라고 부를 장소가 사라졌다. 그들은 은하가 멸망한다고 말하는 대신 가용에너지 전환율이 장기적으로 감소한다고 표현했다. 항성 하나가 꺼지는 데 수십억 년이 걸렸으므로 어느 세대도 자신이 마지막 세대라고 느끼지 않았다. 어느 시대나 위기는 있었지만 과학기술로 다음 세대에게 넘기면 그만이었다. 핵융합 이후에는 항성 채굴이 있었고, 항성 채굴 이후에는 회전에너지 추출이 있었으며, 그 뒤에는 블랙홀 강착과 양자진공 공학이 있었다. 새로운 기술은 이전보다 큰 저장고를 열었다. 문명은 연료를 발견할 때마다 그 연료가 없으면 유지할 수 없는 크기로 성장했다.
블랙홀은 마지막으로 믿을 수 있는 에너지원이었다. 물질을 떨어뜨리며 빛을 얻고, 회전을 늦추며 일을 하고, 아주 먼 미래에는 호킹복사까지 회수할 수 있었다. 한때 블랙홀 하나는 그 주변의 문명을 우주의 마지막 밤까지 유지할 수 있다고 계산되었다. 그러나 그 계산에는 블랙홀을 관리하는 문명의 성장률이 포함되지 않았다. 블랙홀 발전망이 완성되자 값싼 에너지는 더 많은 웜홀과 더 큰 계산체계를 낳았다. 은하 외곽의 작은 거주지에도 독립된 블랙홀 예비전원이 설치되었다. 실제로 사용되지 않는 발전기들은 비상시를 위해 회전상태를 유지했고, 그 상태를 감시하는 장비가 주변에 새로운 열을 방출했다.
광자 결손이 시작된 뒤 엔트로피 연구는 새로운 방향으로 바뀌었다. 사라진 에너지가 열로 변하지 않는다면 결손은 오히려 우주를 차갑게 만들 수 있었다. 일부 연구자들은 현상을 자연적인 냉각으로 해석하고, 사용할 수 없는 폐열이 계 밖으로 빠져나간다면 문명의 수명을 늘릴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초기 측정은 그들에게 희망을 주었다. 결손은 낮은 에너지의 열복사에서도 나타났다. 데워진 우주에서 열 일부가 사라지면 온도차를 다시 만들 수 있었다. 광자 결손은 멸망의 징후가 아니라 은하가 스스로 엔트로피를 배출하는 과정으로 발표되었다. 그 해에 웜홀망의 에너지 사용량은 이전보다 크게 늘었다. 폐열이 사라진다는 믿음이 냉각비용의 제한을 없앴기 때문이다. 중단되었던 항성 개조가 재개됐고, 보류됐던 초거대 인공지능이 가동되었다. 과거에는 열 때문에 불가능했던 관광항로가 은하 중심부에 열렸다.
결손은 문명에게 자신을 바꾸지 않아도 된다는 자신감을 주었다. 그러나 곧 측정 결과가 수정되었다. 결손은 사용 불가능한 폐열에서만 나타나지 않았다. 항성에서 막 방출된 짧은 파장의 빛과 블랙홀에서 끌어낸 회전에너지가 발전망을 지나는 과정에서도 부족분이 생겼다. 결손의 크기는 에너지의 종류와 경로에 따라 달랐지만, 폐열만 사라진다는 희망은 유지할 수 없었다. 문명은 같은 에너지를 변환하고 전송하고 저장하며 수없이 거래했다. 흐름이 늘어날수록 결손될 기회도 늘었다.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가 사라지는 동안 그 에너지를 사용하고 남긴 열은 계속 우주에 쌓였다.
마지막 과학자는 저장공간에 도착하는 에너지의 종류를 선택하지 않았다. 에너지의 유출은 그가 태어나기 오래전에 시작되었고, 뜨거운 빛과 낮은 온도의 복사, 발전망을 거친 에너지가 저마다 다른 경로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는 그 흐름을 거슬러 과거의 에너지를 골라낼 수 없었다. 저장공간을 완성한 뒤에야 이미 빠져나간 것들 가운데 일부가 여전히 일을 할 수 있는 차이를 지녔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미래에 남길 수 있는 가능성은 그 차이에 달려 있었다.
저장소 안에서 에너지는 거의 흐르지 않았다. 내부시간이 느렸으므로 열평형에 도달하는 과정도 멈춘 것처럼 보였다. 서로 다른 온도와 밀도를 가진 에너지들이 분리되어 보존되었다. 바깥에서 수십억 년이 지나는 동안 저장소는 최초의 순간을 유지했다. 그것은 에너지를 저장하는 장치가 아니라 엔트로피의 증가를 미래로 미루는 장치였다. 저장소로 들어오는 에너지의 상태를 측정하고 종류별로 나누며 내부의 질서를 유지하려면 계산이 필요했다. 계산은 열을 만들었다. 마지막 과학자는 그 열을 없앨 수 없었고, 과거의 은하로 되돌려 보낼 수도 없었다. 저장공간은 자신이 만든 폐열까지 내부에 남겨야 했다. 그래서 저장소의 가장 깊은 곳에는 다른 공간보다 빠르게 시간이 흐르는 폐열구역이 만들어졌다. 분류과정에서 생긴 엔트로피는 그곳에 집중되었다. 저장소의 대부분은 낮은 엔트로피를 유지했고, 작은 영역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빠르게 늙었다. 미래의 생명을 위한 정원은 보이지 않는 쓰레기장을 품고 있었다.
과거의 문명은 이 구조를 알지 못했다. 관측된 것은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의 사라지는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는 사실뿐이었다. 항성은 예상보다 빨리 어두워졌고 블랙홀은 계산보다 빠르게 회전을 잃었다. 더 많은 에너지를 투입해도 문명이 사용할 수 있는 몫은 계속 줄었다. 문명은 효율을 높였다. 효율이 높아지면 같은 에너지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었다.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되면 중단되었던 시설이 재가동됐고, 새로운 생명과 기억과 항로가 유지대상에 포함되었다. 효율 향상은 수명을 늘렸지만 규모를 더 빠르게 키웠다. 엔트로피는 기술이 성공할 때마다 새로운 형태로 나타나는 비용이었다.
은하의 마지막 절약정책은 모든 시민의 삶을 동일한 계산공간에 통합하는 것이었다. 중복된 육체와 도시와 행성을 제거하고 최소한의 에너지로 의식을 지속하려는 계획이었다. 수많은 항성계가 물리적으로 폐쇄되었고 사람들은 거대한 모의세계 안으로 이주했다. 물질의 여행은 줄었으나 계산이 폭증했다. 각 의식은 자신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확신을 유지하기 위해 완전한 감각세계와 과거의 기억을 요구했다. 하나의 세계를 공유하면 계산량을 줄일 수 있었지만, 서로 다른 삶을 선택할 권리가 제한되었다. 권리를 보존하기 위해 수없이 많은 세계가 병렬로 실행되었다. 은하는 육체를 포기했지만 가능성은 유지했다.
마지막 항성들이 어두워질 무렵 문명에는 막대한 에너지가 남아 있었다. 우주 전체에 낮은 온도의 복사로 퍼져 있었고, 멈춘 기계와 식은 행성과 회전을 잃은 블랙홀의 질량으로 존재했다. 총량만 보면 초기 은하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 에너지로는 아무것도 시작할 수 없었다. 어디에도 충분한 차이가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때 미래의 저장공간에는 오랜 세월 유출된 에너지가 쌓여 있었다. 일부는 이미 열로 퍼져 있었고, 일부는 젊은 항성의 빛과 회전하는 질량, 아직 소모되지 않은 화학적 차이의 형태를 유지했다. 마지막 과학자는 그 차이들이 모두 사라지지 않도록 서로 분리해 보존했다. 그것이 새로운 별과 생명에 충분한지는 알 수 없었다. 마지막 과학자는 저장된 에너지의 총량만으로 생명의 탄생을 증명할 수 없었다. 물질이 다시 모이고 별이 태어나더라도, 그곳에서 스스로를 복제하는 존재가 생길지는 알 수 없었다. 그것이 인간일 이유도 인간을 기억할 이유도 없었다. 그가 남긴 것은 미래에 대한 계산의 정답이 아니었다. 수억 년 뒤 다른 물질이 감각을 만들고 별을 바라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었다. 마지막 과학자가 저장공간을 완성했을 때 은하 문명은 이미 멸망에 가까웠다. 그는 사라진 시간을 되돌리지 못했지만 행방을 알 수 없던 에너지가 완전히 흩어지기 전에 모일 곳을 남겼다. 마지막 과학자는 그 방향을 거슬러 가지 않고, 이미 흘러나간 에너지 가운데 아직 남아 있는 차이를 보존하려 했다. 그 일은 과거의 문명을 구하지 못했고, 미래의 생명을 보장하지도 못했다. 은하를 소진시킨 것은 문명이 오래도록 자신을 유지하기 위해 내린 올바른 결정들이었다. 마지막 과학자는 그 결정들 뒤에 남은 것을 보았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