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광자 결손은 제417광자보존표준체에서 기록됐고, 이후 같은 현상이 여러 보존체와 웜홀 측정소에서 반복됐다. 그러나 당시에는 서로 다른 장치의 고장과 측정오차로 분류됐다. 문제가 반복되자 각 기관은 원인규명 사업을 시작했다. 은하계측원은 보존체 제조방식을 조사했고, 중앙항로안전원은 웜홀 안정화장을 검사했다. 에너지회계원은 발전망의 전송손실을 재계산했다. 기관마다 독립연구단과 외부검증위원회를 만들었다. 같은 현상을 조사하는 연구단이 수백 개로 늘었지만 서로의 원자료를 직접 볼 수 있는 연구자는 거의 없었다. 독립성을 높이기 위해 서로 다른 연구기관에 같은 검증을 맡기는 규정도 만들어졌다. 예산을 절약하기 위해 연구기관들은 같은 중앙계산망을 사용했다. 계산망은 장치마다 다른 오차를 공통기준으로 보정했고, 그 과정에서 가장 작은 결손값을 자동으로 제거했다. 세 연구단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는 사실은 검증 성공으로 기록됐다.
조사가 길어질수록 관련 예산도 늘었다. 원인을 찾지 못한 연구단은 추가장비가 필요하다고 보고했고, 추가장비에서 새로운 차이가 발견되면 별도의 연구사업이 만들어졌다. 장치 오차를 연구하는 부서와 장치 오차가 아니라는 것을 검증하는 부서가 따로 생겼다. 두 부서의 결과가 다르면 조정위원회가 만들어졌다. 조정위원회는 직접 측정하지 않았으므로 다시 독립연구단의 검토를 요청했다. 몇몇 기관은 동일한 현상에 서로 다른 이름을 붙였다. ‘복사계수 일시불일치’, ‘입구외 복사누락’, ‘안정화장 미확인 흡수’, ‘저주파 계측편차’가 같은 시기에 보고됐다. 이름이 달랐으므로 중앙예산에서는 별개의 연구사업으로 처리됐다. 한 기관이 다른 기관의 자료를 가져와 자신의 연구에 사용하면 중복사업으로 분류될 수 있었기 때문에 자료공유를 피하는 경우도 있었다.
백 년이 지나면서 오래된 자료의 보관비용이 문제가 됐다. 원자료를 모두 유지하는 대신 평균값과 최종판정만 남기는 압축규정이 도입됐다. 검사순서와 현장기술자의 메모, 장치가 처음 이상을 보였던 조건은 삭제됐다. 다섯 차례 검사 가운데 두 차례에 결손이 나타난 기록은 평균값으로 바뀌면서 허용오차 안에 들어갔다. 이후에는 초기 기록만으로 결손의 반복조건을 확인하기 어려워졌다. 각 기관은 정해진 업무범위와 규정에 따라 자료를 처리했다. 보존체 관리기관은 고장 난 보존체를 폐기했고, 항로안전원은 운행에 영향을 주지 않는 오차를 낮은 위험등급으로 분류했으며, 에너지회계원은 설명되지 않는 작은 손실을 전송비용에 포함했다. 당시에는 은하 전체의 결손량을 합산하는 기관이 없었다.
변화는 제9광자보존체에서 시작됐다. 오래된 제9 보존체에는 광자가 사라졌을 때 자신을 결함품으로 판정하는 규정이 없었다. 장치는 같은 이상보고를 중앙기록소로 계속 전송했다. 반복되는 보고를 정리하던 관리 AI는 저장공간을 줄이기 위해 과거의 유사기록을 하나로 묶기 시작했다. 서로 다른 기관에서 서로 다른 이름으로 보관하던 결손자료들이 같은 항목에 모였다. AI는 기록들의 시간과 조건을 다시 비교했고, 서로 무관하다고 처리됐던 현상들이 같은 우주 상태에서 발생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관리 AI는 자료 압축을 중단하고 새로운 항목을 만들었다. ‘광자 결손.’ 이후 조사위원회는 수백 년 동안 계속된 연구사업의 실패 원인을 검토했다. 조사 결과 기관별 업무분할과 자료분산이 통합분석을 늦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당시 행정체계에는 은하 전체의 결손자료를 통합해 조사하는 기능이 없었다. 제417 보존체의 최초 기록은 장치고장으로 분류됐으며, 그것이 은하 멸망과 관련된 현상의 일부라는 해석은 훨씬 뒤에 이루어졌다. 최초의 통합분석은 중앙기록소 관리 AI가 반복보고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