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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부 — 역사편

9. 미수에너지 회계 개정안

중심부연합 정부가 가장 견디기 어려워한 것은 광자 결손 자체가 아니라 숫자가 딱딱 맞아떨어지지 않는 회계 장부였다. 발전소에서 생산한 에너지를 다른 항성계에 보내면 목적지에서 측정한 양이 조금 적었다. 차이가 작을 때에는 전송비와 장치 손실로 기록했다. 결손이 여러 시설에서 반복되자, 발전기업은 생산량과 판매량 사이에 남는 몫을 기존의 비용 항목으로 설명할 수 없게 됐다. 열이 됐다면 폐열로 기록할 수 있었다. 웜홀의 안정화장이 흡수했다면 설비비였다. 도난당했다면 손해배상채권으로 메꿀 수 있었다. 결손은 어느 경우인지 확인되지 않았다. 초기 규정은 원인을 알 수 없는 차이를 손실로 처리했다. 결손률이 높아지자 발전기업의 재무상태가 악화됐다. 한 대형 기업은 발전소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고객에게 공급을 계속하는 동안에도 장부상 자산보다 부채가 많아져 파산했다. 에너지 공급계약을 담보로 돈을 빌린 통로기업과 자치 정부도 영향을 받았다.

긴급회계위원회에는 물리학자, 발전기업과 통로기업, 생명보호연합 그리고 회계감사관 순다르 파텔이 참여했다. 처음 논의한 것은 결손의 원인이 아니라 누구의 장부에 손실을 적을 것인가였다. 발전기업은 통로에 에너지를 보낸 뒤 결손이 발생했으므로 운송기업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운송기업은 입구에 전달된 순간 운송 의무가 시작되며, 목적지에서 받은 양의 확인은 수령자의 업무라고 했다. 수령자는 계약한 에너지를 받지 못했으므로 공급자의 손실이라고 반박했다. 세 주장 모두 계약서의 다른 조항에 근거했다. 위원회는 책임을 나누기 전에 부족분을 무엇으로 부를지 정해야 했다. 물리학자들은 관측된 범위에서 에너지를 찾지 못했다는 사실과 에너지가 소멸했다는 결론을 구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른 형태나 관측되지 않은 경로가 남아 있을 수 있었다. 감사관이 ‘미확인 회수가능 에너지’라는 항목을 제안했다. 곧 ‘미수에너지’로 줄여 불렀다. 생산됐으나 행방을 확인하지 못한 몫을 확정 손실이 아닌 잠정자산으로 기록하자는 것이었다.

발전소가 100단위를 생산하고 목적지에서 99단위를 받았다면, 99단위는 판매량이 된다. 차이 1단위는 미수에너지로 별도 기록한다. 그 에너지를 당장 쓸 수 있다는 뜻은 아니었다. 원인과 회수 가능성이 밝혀질 때까지 재무상태를 어떻게 표시할지 정한 규칙이었다. 회수방법을 모르는 것을 자산으로 적을 수 없다는 반대가 있었다. 위원회는 회수방법을 아직 찾지 못했다는 사실과 영원히 회수할 수 없다는 사실을 구별했다. 최초 회계 개정안은 불확실성을 반영해 미수에너지의 90퍼센트를 준비금으로 쌓고 10퍼센트만 자산으로 인정했다. 원인이 밝혀질 때까지 적용하는 임시규정이었다. 시장은 빠르게 안정됐다. 발전기업의 계약이 연장됐고 중단됐던 웜홀 건설이 재개됐다. 거주지에 필요한 전력이 곧바로 늘어난 것은 아니었으나, 장부상 파산으로 공급망이 끊기는 사태는 막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연구기관들은 회수기술이 개발될 가능성을 발표했다. 중심부연합 정부는 미래에 에너지가 발견되면 일정한 몫을 받을 수 있는 회수채권을 발행했다. 채권은 거래소에서 거래됐고 원인을 알 수 없는 결손이 늘 때마다 회수 가능한 총자산의 추정치도 늘었다. 어느 해에는 항성의 출력 저하로 실제 공급량이 감소했으나, 장부의 미수에너지 항목이 커져 기업 평가가치가 올랐다. 감독기관은 결손을 일부러 늘려 자산을 부풀리는 행위를 금지했다. 전송 과정의 결손과 설비 손실을 분명히 나누는 검사도 강화됐다. 그러나 이미 발생한 차이의 행방을 확인할 방법은 생기지 않았다.

두 번째 회계 개정안부터 준비금 비율이 필요에 의해 조정됐다. 처음의 90퍼센트는 70퍼센트가 됐고, 이어 50퍼센트가 됐다. 뒤에는 신뢰도가 높은 기업에 한해 10퍼센트만 준비금으로 쌓도록 허용했다. 신뢰도를 평가할 때 미수에너지의 보유규모가 참고자료가 됐다. 중심부연합 정부는 회수채권을 담보로 또다시 채권을 발행했다. 그 돈은 새 발전소와 통로에 사용됐다. 건설된 시설은 실제 에너지를 공급했고 사람들의 거주 조건은 나아졌다. 동시에 유지할 설비의 수와 통로를 지나는 에너지의 양도 늘었다. 미수에너지의 행방을 알기 전에 그 회수 가능성을 근거로 더 큰 문명이 건설됐다. 개인 계좌에도 미수에너지 적립항목이 생겼다. 장거리 여행에서 발생한 결손의 일정 부분을 여행자의 마일리지로 배정했다. 적립된 마일리지는 회수채권으로 교환할 수 있었다. 관광업계는 여행 중 사라진 에너지가 미래의 자산으로 쌓인다고 광고했다.

한편 회계 개정안을 둘러싼 비판은 이어졌다. 자산의 가치가 과장됐다는 주장과, 그 항목을 없애면 당장 살아 있는 거주지의 공급계약이 무너진다는 반론이었다. 전자는 장부가 미래의 회수를 앞당겨 기록한다고 지적했다. 후자는 그 장부 덕분에 현재의 시설이 가동되고 있다고 답했다. 어느 쪽도 상대가 지키려는 생명을 허구라고 말할 수 없었다. 결손률이 높아지자 실제 가용에너지의 감소가 미수에너지 자산의 증가보다 빨라졌다. 기업은 장부상 자산을 보유하면서 발전소를 냉각할 전력이 부족해졌다. 금융기관들이 회수채권을 팔아 현재의 전력을 구하려 하자 채권의 구매자가 줄었다. 정부는 최종 회수를 보증했으나, 보증한 양은 당시에 사용할 수 있는 은하의 에너지보다 많았다. 미수에너지의 일부는 훗날 마지막 과학자가 만든 저장공간에 모였다. 그 사실은 회계 개정 당시의 감사관도 알 수 없었고, 회수채권을 가진 기업과 시민들도 접근할 수 없었다. 에너지가 소멸하지 않았다는 것은 누군가 그 에너지를 돌려받을 수 있다는 뜻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는 사람은 당시에 아무도 없었다.

감사관 순다르 파텔은 수차례 감찰을 받았지만 그가 사익을 취했다는 증거는 없었다. 그는 회계 개정안으로 받은 각종 포상금을 광자 결손 연구에 기부했고 회수채권을 사지도 않았다. 그의 개정안이 없었다면 에너지 공급계약이 더 일찍 붕괴해 여러 식민지가 사라졌을 가능성이 오히려 컸다. 회계 개정은 문명의 수명을 연장했다. 그동안 문명은 더 많은 시설을 만들고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했다. 은하 문명의 마지막 장부에도 미수에너지 항목은 남아 있었다. 액수는 컸지만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는 크지 않았다. 감사관이 처음 제안했던 잠정자산 계정은 끝내 확정손실로 바뀌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