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결손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하여 전문가들로 구성된 조사위원회가 만들어졌다. 위원회의 각 분과에서는 웜홀망의 구조, 알려지지 않은 입자, 진공의 변화 등을 조사했다. 광자보존표준체의 공동에서 사라진 광자와 통로에서 발생한 에너지 부족을 함께 설명하는 원인은 찾지 못했다. 블랙홀 발전망에서 발생한 결손도 조사범위에 포함되었지만 특정할만한 원인은 없었다. 다만 모든 측정에서 부족분이 같은 방향으로 기록됐다. 현상이 일정한 목적지를 가진 것처럼 보인다는 표현이 연구보고서에 들어갔다. 보고서는 그 표현이 비유라고 명시했다. 언론은 문장의 앞부분을 제목으로 사용했다. “누군가 은하의 빛을 훔치고 있다.” 자극적인 헤드라인은 각자의 입장에서 유리하게 해석되었다. 미수에너지 회수채권과 마일리지를 보유한 시민들은 회수할 상대가 존재할 수 있다는 말에 안도감을 가졌다. 일부 물리학자들은 우주의 법칙에 잠시나마 의구심을 품었던 자신들에 대해서 부끄러움을 느꼈다. 시장은 즉시 채권의 할인율을 조정했고 신규 상품에 채권을 패키지로 묶었다. 그들에게 ‘누군가’의 존재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것은 중심부연합 정부가 해결할 문제였다.
은하 문명은 조사위원회의 보고서를 근거로 외계의 개입 가능성에 대하여 추가 조사에 착수했다. 그리고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천문학자, 군사전략가, 통로기술자와 역사학자 등 각 분야 전문가들로 꾸린 외계개입 조사위원회를 발족했다. 첫 보고서는 현재의 관측자료에 외계 기술문명의 흔적이 없다고 밝혔다. 인공신호와 거대구조물, 알려지지 않은 추진체의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 반대 의견은 흔적의 부재를 결정적인 반증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은하의 에너지를 가져갈 능력이 있는 문명이라면 인류의 탐지를 피할 수 있다는 추론이었다. 위원회는 외계문명이 존재할 가능성과 결손을 일으켰을 가능성을 구분해 기록했다. 공개 논쟁에서는 두 가능성이 자주 하나로 취급됐다.
외계개입론을 선언한 정치가는 에너지위원회의 책임자 아셀 론이었다. 중심부연합 정부 내에서 요직을 두루 거쳤던 그는 위원장으로 임명되자 통로망을 줄이고 에너지 소비를 억제하자고 제안했었다. 그러나 이 제안은 연결권과 귀환 가능자의 권리, 제3통로 의무법을 동시에 건드려야 하는 정책이었다. 반대가 컸고 결손의 원인도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시민의 생활부터 줄여야 한다는 정책은 승인될 수 없었다. 아셀 론은 광자 결손의 원인 규명과 별개로 ‘누군가’에 대한 공동방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미확인 현상이 외부의 지성적 작용이라면 대응체계를 마련하지 않은 결과는 은하 전체가 부담하게 된다는 이유였다. 중심부연합과 항성연합, 에너지기업과 연구기관은 그 위험에 대한 공동 대응에 동의했다.
외계 개입 선언문은 크게 세 가지를 규정했다. 은하 문명의 공동생존 원칙에 따라 광자 결손이 알려지지 않은 지성적 작용의 결과일 가능성을 면밀하게 조사하고, 확인되지 않은 위협도 공동생존의 위험으로 관리하며, 실체가 밝혀질 때까지 중심부연합 정부는 관측자료와 방어시설을 공유한다는 내용이었다. 선언은 외계문명의 존재를 확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대중은 공동방어 조항을 전쟁 준비로 받아들였다. 언론과 대중은 가설 속의 주체를 ‘외부수집자’라고 불렀다. 그것이 하나의 종인지 에너지를 가져가는 행위가 있는지조차 확인되지 않았으나, 명칭은 외계방어계획의 문서와 학교의 학습 자료에 사용됐다. 어린이들은 경보가 울리면 웜홀에서 떨어진 생명유지시설로 이동하도록 배웠다. 훈련은 실제 통로사고에서도 피해를 줄였다.
새 방어망은 판정의 지연을 원칙으로 삼았다. 공격 여부는 서로 다른 지역의 장치들이 검증하도록 했다. 시설은 관측된 신호를 기록했지만 공격 주체를 발견하지 못했다. 결손은 통로 입구를 비롯해 항성빛과 발전소의 에너지 전송에서도 계속 나타났다. 감시범위가 넓어지자 모든 에너지 전송과 변환을 관찰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감시장치는 전력을 사용했고 자료는 통로망으로 보내졌다. 측정을 늘린다고 결손의 원인이 밝혀지는 것은 아니었으나, 확인하지 않은 영역을 남기는 일도 방어규정에 어긋났다. 방어비와 결손량은 다른 기관의 장부에 적혔다. 방어예산을 늘리면 더 많은 에너지가 사용되고, 그중 일부가 설명되지 않은 손실로 기록된다는 사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보고서는 늦게 작성됐다. 선언 뒤에는 서로 적대하던 항성연합 사이의 자료교환이 늘었다. 공동의 위험을 조사하는 동안 내부 분쟁은 사라졌다. 외부수집자의 존재 여부와 관계없이 선언은 인간 사이의 협력을 만들어냈다. 그 협력을 무엇에 사용할지는 별개의 문제였다. 어떤 연합은 관측과 방어에 에너지를 더 써야 한다고 보았고, 다른 연합은 유출 경로를 모르면서 에너지 흐름을 늘리는 일이 위험하다고 보았다. 양쪽 모두 선언문의 공동생존 원칙을 근거로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