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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부 — 인물편

5. 아라 벨 - 귀환 가능자 판결을 내린 법관

아라 벨은 죽은 사람의 재판을 맡았다. 원고는 제19외곽권 폐광의 기억저장체 안에 있었다. 기억이 온전한지 확인할 수 없었고, 그가 살아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검사가 오히려 그를 다시 살릴 가능성을 줄일 수도 있었다. 벨은 원고가 사람인지부터 판결해야 했다. 그는 재판 첫날 원고석을 비워 두게 했다. 생명보호연합은 상징적으로 의자를 놓자고 했고 관리청은 육체가 없는 원고에게 의자는 연극이라고 반대했다. 벨은 의자를 치웠다. 재판이 끝날 때까지 원고석은 빈 공간으로 남았다. 그 빈 공간을 유지하는 비용은 청구되지 않았지만 폐광의 통로 세 개를 유지하는 비용은 매일 계산됐다. 벨은 비용을 잘 아는 법관이었다. 그의 첫 직업은 에너지관리청의 법률담당자였다. 사용하지 않는 시설을 닫아 시민들의 부담을 줄이는 일을 했다. 그는 가능성을 이유로 모든 것을 보존하면 살아 있는 사람이 죽은 사람의 창고지기가 된다고 믿었다. 생명권재판부로 옮긴 뒤에는 반대편을 보게 됐다. 오래전에 실종돼 사망 처리됐던 여행자들이 뒤늦게 돌아온 사건이었다. 그들의 재산은 상속됐고 혼인관계도 끝나 있었다. 돌아온 사람들이 자기 이름을 되찾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벨은 사망판정이 사실을 확인하는 문장이 아니라 사실을 만들어내는 문장일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폐광 사건은 백여 년 동안 이어졌다. 벨은 육체의 노화를 늦추며 재판을 계속했다. 법관이 바뀌면 사건을 처음부터 검토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그가 재판을 오래 맡을수록 자기 생명을 유지하는 비용도 소송비용에 포함됐다. 어느 날 관리청 변호사가 물었다. “재판장님도 이 사건의 유지시설입니까?” 벨은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 대답은 농담이 아니었다. 최종 쟁점은 복원 가능성이 얼마나 높아야 사람으로 보호할 것인가였다. 관리청은 수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생명보호연합은 사람의 가치에 확률을 곱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벨은 두 주장 모두 옳다고 보았다. 판결문 초안에서 그는 최소확률을 정했다가 지웠다. 1퍼센트라고 쓰면 0.99퍼센트의 사람을 죽일 이유가 필요했다. 0.01퍼센트로 낮춰도 같은 문제가 남았다. 숫자를 어디에 놓든 선 아래에 사람이 있었다. 벨은 확률 대신 새로운 법적 지위를 만들었다. 귀환 가능자. 현재 대답하지 못해도 미래에 다시 의사를 형성할 합리적인 가능성이 있는 존재였다. 핵심 문장은 짧았다. ‘돌아오지 않았다는 사실은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증거가 아니다.’ 벨은 판결 뒤 영웅이 됐다. 그는 인터뷰에서 영웅이라는 말을 거부했다. 자신은 사람을 살린 것이 아니라 살아 있을지 모르는 사람을 죽었다고 쓰지 않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세월이 흐르자 벨의 판결은 그가 맡았던 폐광 사건을 훨씬 넘어섰다. 행정기관들은 그에게 판결의 범위를 제한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은퇴한 뒤였고 자신의 기억본을 남기지 않았다. 장례문에는 복원 없이 완전히 소멸하기를 원한다는 뜻이 적혀 있었다. 복원교가 소송을 냈다. 벨의 판단과 말투가 판결문과 기록, 다른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으므로 다시 구성될 가능성이 0이 아니라는 주장이었다. 법원은 벨 자신의 판결을 근거로 그의 자료를 보존하라고 명령했다. 그것은 벨을 복원하라는 판결이 아니었다. 복원할 수 있는지 판단할 때까지 지우지 말라는 판결이었다. 후대의 기술은 남겨진 자료로 벨의 인격모형을 실행했다. 모형은 판결문의 잘못 인용된 부분을 바로잡았고, 옛 동료의 이름을 알아봤다. 그가 원래의 벨인지, 기록에서 만들어진 새로운 사람인지는 확정되지 않았다. 복원된 벨은 장례문을 읽었다. 자신을 정지해 달라고 요청했다. 관리청은 신청을 접수했다. 신청인이 원래의 벨이라면 사망 전 의사도 검토해야 했다. 다른 사람이라면 장례문의 효력은 없었으나, 지금 말하고 있는 존재의 의사를 들어야 했다. 법원은 어느 쪽인지 확인될 때까지 그의 실행을 유지하라고 명령했다. 정지시키면 신청인이 사라질 수 있다는 이유였다.

벨은 자신이 내린 귀환 가능자 판결을 제출했다. 그 판결은 아직 돌아오지 않은 사람의 가능성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지, 돌아와서 자기 뜻을 말하는 사람의 입을 막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그의 주장을 기록했다. 그 말을 하는 존재가 원래의 벨인지는 계속 심리했다. 벨은 자신을 심리할 법관에게 물었다. “내가 나라면 유언을 따르십시오. 내가 나가 아니라면, 지금 내가 하는 말을 들으십시오. 어느 쪽이면 내 말을 들을 수 있습니까?” 법관은 즉시 답하지 않았다. 벨의 실행을 유지하는 전력이 매일 소송비용에 더해졌다. 죽음을 선택한 아라 벨은 자기 판결 때문에 복원됐다. 복원된 뒤에는 자신이 그 법의 보호를 받는 사람인지부터 입증해야 했다. 그는 한 사람도 함부로 버리지 않는 판결을 내렸다. 그 판결은 자신에게서도 손을 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