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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뽕 하나. 군만두 하나.”

주방에서 판선이 배식구에 배달할 음식을 올려놓으며 소리쳤다. 점심시간이 끝날 무렵 배달 주문이 들어왔지만 판선은 재빨리 짬뽕 한 그릇과 군만두 한 접시를 만들어 냈다.

홀에는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 인근 교회에서 예배가 끝나고 삼삼오오 밀려든 손님도 모두 빠져나갔다. 가을장마 때문인지 뱃사람들도 얼씬거리지 않았다. 술손님이 없어서 편하기는 했지만, 그 대신 점심시간 내내 대호 혼자서 배달을 도맡아야 했다.

대호는 짬뽕과 군만두를 랩으로 꽁꽁 둘러쌌다. 어설프게 싸면 국물이 흘러넘쳐 배달가방 안이 말도 아니었다.

“만선이는 아직 연락 없어?”

앞치마를 걸친 판선이 주방에서 나오며 말했다.

“없어요.”

“문자는 남겼어?”

“아뇨. 그 자식은 지 필요할 때만 핸드폰 꺼내니까 문자는 하나마나예요. 전화도 안 받는데 문자가 뭔 소용이에요.”

“허! 만선이 녀석이 꼭 바쁠 때 사고 친다니까. 또 피시방에서 게임하느라 날 샜나 보다. 이 가게 저 가게 굴러먹고 다녀서 진짜 이번에 또 잘리면 속초 바닥에서 끝장인데. 허! 글러먹은 자식.”

대호는 오토바이 뒷좌석 바구니에 배달가방을 던져 넣고, 목에 두른 마스크로 입과 코를 완전히 덮은 채 눈만 빼꼼히 내놓았다. 판선이 건네 준 배달 주소는 구겨서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이제 진짜 마지막 배달이야. 대호야, 배달 끝나면 셔터 내리고 점심 먹자. 뭐 먹을래?”

판선이 대호를 따라나오며 말했다.

“탕수육.”

대호는 웃으며 헬멧을 머리통에 살짝 걸쳤다. 판선은 “또 탕수육이야?” 하고 말했다.

청학사거리 신호등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잠시 시원한 공기를 들이마시기 위해 헬멧의 쉴드를 올렸다. 사거리의 신호등에는 큼지막한 사고다발지역 안내 표지판이 삐딱하게 매달려 있었다. 뒤에서 벤츠가 빵빵거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외지에서 온 번호판이었다. 대호는 빵빵거리는 소리를 무시하고 신호등이 파란불로 바뀔 때까지 기다렸다. 파란불이 들어오자 빗길에 미끄러지지 않도록 서서히 출발했다. 그런데 갑자기 벤츠가 사거리를 통과하자마자 대호에게 위협을 가하며 질주했다. 대호가 잠시 중심을 잃자 배달가방 안에서 짬뽕과 군만두 그릇이 좌우로 미끄럼을 탔다. 그때 금강아파트 삼거리 쪽에서 쿵 하고 충돌 소리가 들렸다.

설악아파트에 도착한 대호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서 장갑을 벗었다. 7층에 도착했지만 초인종은 누르지 않았다.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대호는 배달가방에서 짬뽕 그릇을 꺼내 비닐 랩을 엄지손가락으로 푹 눌러 찢었다. 손가락이 짬뽕 국물에 푹 담겼다. 대호는 엄지손가락을 빨고 나서 짬뽕 그릇을 배달가방 안에 다시 넣었다. 초인종을 누르자 현관문이 열렸다.

“야, 인마. 왜 이렇게 늦었어.”

팬티와 러닝 차림의 배불뚝이 중년 사내가 짜증부터 냈다. 대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배불뚝이가 오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을 내밀었다. 거스름돈을 내주는데 배불뚝이가 “왜 이렇게 오래 걸려? 짬뽕 국물 다 식게” 하고 다시 짜증을 냈다.

현관문이 쾅 하고 닫히자 대호는 아파트 밖으로 나와 차가운 공기를 들이마셨다. 오토바이에 올라타 시동을 걸자 추적추적 내리던 가을비는 갑자기 폭풍우로 변했다. 대호는 심호흡을 크게 한 번 하고 천천히 출발했다.

속초의 가을은 언제나 한 발짝 일찍 왔다. 해수욕장을 폐장하기가 무섭게 가을은 성큼 다가왔다. 미시령을 타고 내려오는 산바람과 동해에서 불어오는 바닷바람 모두 바람 끝이 날카롭고 매서워졌다. 오늘처럼 비까지 내리면 가을이 아니라 초겨울 날씨 같았다.

대호는 설악중학교에서 금강아파트 삼거리로 내려오다가 강풍에 떨어지는 간판 조각을 피하려고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았다. 오토바이는 중심을 잃고 미끄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