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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선은 영랑교를 건너자 갑자기 속도를 높였다. 오토바이는 폭풍우 속을 뚫고 북쪽 방향으로 달렸다. 거리에는 행인이 없었고, 도로에는 자동차가 없었다. 만선은 텅 빈 공간 속에 던져진 작은 돌맹이처럼 보였다. 만선은 동해에서 밀려드는 새까만 먹구름과 설악산에서 휘몰아치는 강풍 속을 질주했다. 만선의 옷에 밴 짬뽕 국물이 비바람에 씻겨나갔다. 만선의 파랗게 변한 입술 뒤쪽의 이빨들은 딱딱 소리를 내며 떨었다. 청간교에 이르자 만선은 속도를 줄였고, 다리를 다 건너자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었다. 뒷좌석의 배달 바구니 안에 들어 있던 헬멧이 오른쪽으로 미끄러졌다.
텅 빈 주차장 구석에 오토바이를 세우고 만선은 바다 쪽으로 걸어갔다. 만선은 오른팔을 들어 냄새를 맡았다. 아직 옷에 밴 짬뽕 국물 때문인지 만선은 목젖 뒤에서부터 힘을 끌어 모아 침을 뱉었다. 몸에서 기운이 빠져나가자 만선은 다시 이빨들을 딱딱거렸다.
정자에 이르렀지만 만선은 비를 피하지 않았다. 빗속에 오도카니 서서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 어깨에 밴 냄새를 맡거나, 팔을 들어 코에 갖다 대기를 반복했다. 시간은 초침과 분침의 물리적 세계를 떠나 만선의 후각에 붙잡혀 꼼짝도 하지 못했다. 먹구름은 바다 멀리로 사라지고 있었다. 미시령에서 불어오던 강풍도 기세가 한층 누그러져 만선의 입에서는 더 이상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